[Source: https://crossroads.apctp.org/cop/bbs/000000000000/selectArticleDetail.do?nttId=4014]
한 우주가 사라졌네요
육십 가까운 星霜을 이어오던
리듬과 규율
질풍과 드라마
그 오묘한 분자들의 조합
그리고 그윽했던 풍경.
그 옛날 신라 고승의 누이처럼
사월 교정의 목련처럼
가노라는 말 못다 이르고
속절없이 흩어져 버렸습니다
씨줄날줄 우릴 엮은 카르마만 남기고.
어째 이리 홀연히 길을 재촉했을까요
이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
불처럼 타올랐고
물처럼 흘렀으며
흙처럼 묵직했던 그 우주.
이제 그 불도 물도 흙도
제자리 찾아 돌아가 버렸어요
나는 그 불과 물과 흙으로 빚어진 사금파리를 꿰맞추다
철퍼덕 퍼질러앉고 말았습니다
당장 내일 아침 눈뜨면 맞닥뜨릴
그 우주의 부재에 그만 아득해졌어요.
아스라히 멀어지는 그 우주의 풍경도
이제 바벨의 도서관
아득한 심연의 서가에
밤눈처럼 벚꽃처럼
고이 쌓일 것입니다.
세월이 흘러
간혹 바람의 리듬을 타고
그대 곁을 맴도는 벚꽃송이 눈송이 보시거든
잠시 걸음 멈추고 생각하소서
그 우주가 잠시 돌아왔다고.